거친날개의 생각들2007. 5. 15. 18:04

제작년에 회사 전반에 대한 컨설팅을 받은 결과, "OO는 ERP를 도입해야 합니다"라는 대답을 얻었다. '허울만 좋은 ERP를 진짜로 도입하는 건가?', '상당한 비용을 들여서 도입을 하니까, 영업에 대한 압박이 대단하겠군.', 'OO에는 맞지 않을텐데...'등의 걱정을 안은 채, 올해 1월 ERP를 도입했다. 애초 계획으로는 3월에 GRAND OPEN을 해서 이전에 사용하던 회계시스템은 정지시키고 ERP로 전환해야 하는데, 계획이 지연되어 아직까지도 두 가지 시스템을 병행하고 있다.

뭐...회사가 비용을 들여서 선진적인(지금으로선 의문스럽기 그지 없다만..)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 까지는 좋은데, 전사적 자원관리 [全社的資源管理, Enterprise Resource Planning] 라는 말에 걸맞지 않게, 어마어마한 비용에 손이 곱아서 차 떼고 포 떼고, 결국 반쪽짜리 프로그램을 사들인 게 화근이었다.
 
저렴하게 시스템을 사들이다 보니, 이월 데이터 입력이나 결산 작업 등 다방면에서 본사 사원들이 동원되어 원성이 자자했고, 전문적인 교육자가 아닌 TFT에 의한 부실한 교육은 데이터 오류, 시스템 구축 지연 등을 야기 시켰다. 자기네 프로그램이 최고라며 회사 실정은 무시하는 ERP 업체, OPEN에만 급급하여 일정을 너무나도 빡빡하게 잡아버린 무대뽀 TFT, 부실한 교육과 과중한 업무, 잦은 야근으로 지칠 대로 지친 직원들, 삼박자가 어우러진 현재... 갈등은 최고조에 달해 있다.

직원들은 기존 시스템과 ERP의 병행으로 업무가 두 배로 늘어났고, GRAND OPEN의 잦은 연기는 직원들에게 불신감만을 심어주었다. "기존 시스템 계속 유지 하면 안되나....", "TFT는 양치기 소년들" 등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물론, ERP라는 표준화된 시스템을 회사 실정에 맞게 적용하다 보면, 여러 가지 시행착오도 있을 수 있고 기존 시스템에 익숙해져 있던 사람들이 새로운 시스템에 거부반응을 보이는 것은 통과의례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듯이 반쪽짜리 프로그램으로 인해 앞으로 얼마나 더 고생할 지 불보듯 뻔하기에 이렇게나마 푸념해 본다...OTL

날개는 오늘도 전월 데이터를 입력하고 있다...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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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거친날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