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날개의 생각들2007. 4. 19. 01:48

회사를 다니다보면 컨디션이 안 좋거나, 맘에 내키지 않아서 가기 싫은 데도 단체행동 혹은 회식에 꼭 참석해야만 하는 경우가 있다. 날개는 술 마시는 것 자체를 싫어하지는 않는다. 아니, 오히려 술 마시는 분위기를 좋아하는 편이긴 하지만, 비즈니스 관련 술 자리는 아무래도 적응이 잘 안되고, 너무너무 불편하다.
 
어제는 몸도 좋지 않은데, 윗분이 오전에 갑자기 " 저녁 같이 하자" 라는 청천벽력 같은 말씀을 하셔서 거의 끌려가다 시피 갔었다. 뭐..딴에는 날개를 위로하기 위해서 자리를 마련했다고 하셨지만, 위로 받는 당사자는 위로는 커녕 몹시 부담스러웠다. 사실 칼퇴근하고 집에가서 배깔고 누워있고 싶었단 말이다...
속도 안 좋은데, 맥주에 훈제치킨을 먹고 있자니 속이 확 뒤집어져서 아주 죽을 맛이었다. 힘겨워서 집에 가려고 하니 약까지 사주시면서 좀만 더 있으라고 하는데... 돌겠더군. 게다가 이 분께서 주사가 꽤 심하시다는 걸 아~주 잘 알고 있기에, 컨디션도 안 좋았던 날개는 진짜 피하고 싶었는데, 2차로 노래방을 가자는 거다...

이분과 노래방에 얽힌 에피소드가 있는데, 신입사원때 멋 모르고 이 분께서 술을 사주신다고 해서 좋~다고 따라갔다가 , 2차 노래방에서 내 차례가 되어서 열심히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갑자기 이 분께서 소리를 버럭! 지르시면서 "노래 꺼! 이것들이 말이야!... 뭐 이딴 노래를 부르고 있어...xxx!" 하시며 장장 30여분 동안을 욕설 섞인 설교를 들어야 했다.

날개가 부른 노래는 헤이의 "Je t'aime". 감미로운 멜로디에 사랑스러운 노랫말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들으면 빙그레 미소짓게 되는 노래인데,  도대체 그 노래의 어디가 그렇게 못마땅하셨는지 이해가 안된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저 주사가 심한 사람한테 제대로 걸린 것 같긴 하다만. 그 이후로 이분과 노래방에 가면 날개는 절대로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


물론, 어제도 노래방에 가서 노래는 부르지 않았고, 속이 완전히 뒤집어진 날개는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skill을 쓰고 집으로 왔다. 물론, 다시 가지 말라고 잡으셨지만, 뿌리치고 나와 버렸다.
오늘 아침에 와서 내가 떠난 이후에 벌어진 일을 들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주사 모드 발동해서 부하직원들이 노래 부를 때마다 딴지를 거셨다고 하더군. 어제 그 자리에 있었던 친구 중 한 명이 "이제 저 분이랑 같이 노래방가면 절대로 노래 안 부를거야"라고 다짐을 하더군. 날개파 한 명 추가요~

가만히 생각해 보니, 과연 저 분은 나를 위로 하려고 회식자리를 마련한 건지,아니면 자신이 위로 받기 위해서 였는지 의문이 들었다. 아랫 사람들의 의견은 거의 무시한 채 막무가내로 회식을 결정한 순간 부터 이미 모두에겐 불편한 자리가 되어 버렸는데, 그런 분위기 속에서 본인은 즐거웠을까?
아니면, 본인도 "사실은 내키지 않는 자리지만, 부하직원을 위해서 내가 이정도쯤은 해야지. 에헴."하면서 울며 겨자먹기로 우리들에게 맞춰줬다고 생각하는 걸까?

상급자의 위치에 서 보지 못한 날개로선 알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상급자의 위치에 섰을 때엔 이런 방식으로는 하지 말아야지란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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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거친날개